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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사회

유기방가옥수선화, 폭우가 쓸어간 언덕...다시 노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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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넘어 피어날 수선화 축제준비 한창

기록적인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봄은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유기방가옥이 그 답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3~4월이면 약 1만8천여 평 규모의 산자락을 노랗게 물들이며 전국 상춘객을 불러 모았던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가 올해도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한 달간 열릴 예정이다.

100여 년 된 고택과 노송 숲 아래 펼쳐지는 수선화 군락은 서산을 대표하는 봄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 축제는 예년과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 집중호우와 이상기온이 축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고택 뒤편 양지바른 경사면은 흙이 대거 유실되며 토양층이 무너졌고, 수선화 구근이 밖으로 쓸려 나오거나 물에 떠밀려 흩어졌다.

장기간 이어진 과습 상태는 땅속 구근까지 무르게 만들었고, 상당수가 썩어버렸다.

겉으로는 여름을 넘긴 듯 보였지만, 땅속에서는 이미 군락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던 셈이다.

수선화는 대표적인 구근식물로 배수가 생명이다.

통상 3~4년 주기로 포기를 나눠 다시 심어야 건강하게 군락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상기후는 기존 관리 계획마저 무너뜨렸다.

피해 규모를 확인한 관계자들은 단순 보식으로는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유기방가옥 수선화축제는 지자체 주관 행사가 아닌 민간이 직접 운영하는 축제다.

소유주와 관계자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전면적인 복구 작업에 나섰다.

썩은 구근을 걷어내고 유실된 표토를 제거한 뒤, 물길이 모이는 지점을 중심으로 배수로를 정비했다.

유기물과 토사를 섞어 복토하고, 살아남은 구근과 새로 선별한 구근을 한 포기씩 다시 심는 작업이 눈비 속에서도 이어졌다.

겨울을 지나며 언덕은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노송 가지를 전정하고 산책로를 정비하는 등 관람객 맞이 준비도 한창이다.

다만 돌과 자갈이 많아진 토질과 지난해 피해 여파로 올봄 개화 규모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생화인 수선화는 기온과 강우량에 민감해 개화 상황에 따라 일정 일부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축제 관계자는 "흙을 채우고 다시 심었지만 꽃이 얼마나 올라올지는 솔직히 자연의 몫"이라면서도 "그래도 다시 심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 규제와 농지 이용 제한, 기후변화라는 변수 속에서 유기방가옥의 수선화는 더 이상 자연에만 맡길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사계절에 걸친 손길과 관리, 그리고 재난 이후의 복원 노력이 더해져야만 피어나는 봄의 결과물이다.

폭우가 남긴 상처는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구근을 심고, 흙을 고르고,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기후가 흔들려도 봄은 온다는 믿음, 그리고 그 봄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서산 유기방가옥 산자락을 다시 노랗게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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